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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기획 이야기

개발 모르는 기획자 아이디어는 기발해? 무식해? 깐깐해?

"기발해" 와 "깐깐해"

KS는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 시장개발부서의 중간관리자다.

그가 하는 일은 시장 분석과 신제품 개발이며, 그의 주특기는 아이디어 발상이다.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낸다. 틈새시장을 뚫고 성공한 리모콘 기능의 무선전화기와 반찬냉장고는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극복하기 힘든 장애가 있다. 바로 제품개발부의 JS가 사사건건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다. 이공계 출신 기술자인 JS는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래서 KS의 머리에서 나오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JS의 반대와 의견 묵살로 인해 휴지통으로 사라져 버린다. 기술적 능력을 갖고 있다면 직접 만들어 보이고 싶지만 KS에게는 설계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이 없다. 아는 것이라고는 마케팅 뿐이다. 그는 기회만 닿는다면 학사편입을 해서라도 전자공학이나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싶을 정도다.

한편 JS는 도무지 시장개발부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입만 살아서 뭐든지 번지르르한 말로 때우려고 한다. 되지도 않는 아이디어를 들고 와서 시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한다. 기술적으로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공학적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독특한 특징을 가져야 한다. 기술도 없이 엉뚱한 아이디어로만 눈길을 끌려고 하는 것은 양식 있는 기술자로서 용납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특히 KS라는 작자는 유별나다. 그는 제품개발부와 상의도 하지 않고 시제품 설계를 외주로 내보내기도 하고, 또 중역에게 제품 개발부 때문에 일의 진행이 안 된다고 고자질까지 한다. KS의 그런 행위에 대해 JS는 적대감마저 느낀다. 제품 개발은 기술로 하는 것이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 중  략 -

 ※ 기획의 99%는 컨셉이다. 중 발췌


제가 IT쪽에 발을 담그고 일에 대한 포지션을 변했지만 IT밥을 먹은지 13년이 넘어갑니다. 처음 개발자로 시작해서 지금은 서비스 전략 기획 및 컨설팅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스템 프로젝트에 프로젝트관리자 업무도 수행했고, 화면설계서를 그리는 일까지 거의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하는 거의 대부분의 일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배운것이 도둑질이라고.... 이렇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할때도 있습니다. ^^ )

제가 하고 있는 업무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람을 만나고 같이 일을하다고 보면.... 듣는 말이 있습니다.


"강팀장님은 개발을 하셔서 그런지 개발스펙을 읽을 줄아셔서 참 좋으신 것 같아요"

"개발에 대한 이해력이 있으셔서 좋겠어요. 부러워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이 기획자 출신의 PM 이거나, 전략기획을 수행하시는 분들입니다. 

전 기획자 입장에서 개발을 알고 있으면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기획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자들은 프로젝트 중 다른 파트에 있는 분들보다 만나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모두 이해관계가 프로젝트 수행과 업무라는 것 중심으로 엮어 있기에 서로에게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옳은 방법도 아닙니다. 정확히는 PM 이라는 관리자와 PL 이라는 각 파트별 리더들이 해야 할 일 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웹개발 회사가 기획자 중심의 관계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이런 관계가 되었습니다.


기획자 중심의 업무 구조는 디자이너-기획자, 퍼블러셔-기획자, 프로그래머-기획자  라는 대립관계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관계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이런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흔히 위의 책에서 발췌하는 상황이 발생됩니다.


  • 개발(디자이너, 퍼블리셔, 프로그램)쪽에서는 기획자들이 개발을 몰라서 잘못된 화면설계서를 가지고 온다고 합니다. 기술적으로 이해를 시키려고 해도 말이 안 통합니다. 
  • 기획쪽에서는 도대체 안되는 이유를 모릅니다. 다른 사이트나 시스템을 보면 잘 돌아가는 시스템인데 우리 프로젝트 개발자들은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인데 개발쪽에서 너무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저에게 하는 말들은 대부분이 이런 관계에서 오랫동안 대립(?)적인 관계선상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 오신 분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프로그젝트 관리 조직이 잘못된 곳에서 일을 해 왔다고 보면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기획자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하는 아이디어, 아이템을 계속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저 같이 개발쪽을 알게 된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창의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떤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초기 컨셉을 만들고 조금씩 컨셉을 구체화시켜 기획을 해 나갈때,
개발쪽을 알고 있기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 구현이 되겠다 안되겠다 정의하고 가불을 먼저 결정해 버리게 됩니다. 먼저 기획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컨셉에서 닫혀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 아이템을 만들어야 하는 기본 조건에서 부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기획자는 개발쪽을 많이 몰라도 된다는 것입니다. 알면 알수록 개발쪽을 배려해 줄수 있는 여지는 있을지 몰라도 기획자 스스로 반드시 필요한 능력 (새로운 아이디어, 아이템 도출 능력)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기획자의 아이디어, 아이템이 개발 입장에서 깐깐해... 또는 무식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발해가 될 가능성은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에서는 그랬습니다. ^^ )


기획과 개발쪽의 연고리는 참 어려움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꼭 IT 쪽이 아니라, 세상의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이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이런 관계에서도 블로그 처럼 서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IT에서는 이런 문제점 원인은 구조화 되지 못한 프로젝트 수행 조직에 있는 것 같습니다. PM-PMO-PL-TM-MEM 관계와 R&R이 분명하다면 굉장히 많은 부분 해결 될 듯합니다.. 





제가 읽고 있는 책도 소개 드립니다.

  기획의 99%는 컨셉이다  탁정언 지음
기획의 알맹이인 컨셉의 실체를 알게 해주는 컨셉 이론서이자 당장 실전에서 컨셉을 써먹을 수 있게 하는 실전 지침서다. 저자가 20여 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겪은 컨셉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읽히며, 그런 가운데 컨셉의 깊이와 폭을 넓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