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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이야기

컴퓨터가 고장 났어요.- 국내 웹에이전시의 오해와 편견 [편견타파]

고등학교 철없던 시절에 형님은 사업을 하다 망해 먹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사업도 실패할수도 있고 성공할수도 있고.... 그런데 형의 문제는 사업을 망했다고 지레 겁을 먹고 남자로써 책임감 없게 해외로 도피를 해 버린 겁니다. 생활도 어려워지고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보다 사춘기 방황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머.... 앞날에 대한 생각보다 하루하루 이렇게 살면되지 머... 싶었던 생각이 더 많았던 시절이였습니다.

대학은 포기하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시던 형과 어머니의 무서울정도의 부지함 덕분에 세대에 비춰 어린나이에 컴퓨터를 배우게 되었고 (전 국민학교때 부터 XT 시대 컴퓨터 부터 배웠더랬습니다.) 나름 컴퓨터에 대해서 많이 알았다고 으시대며 다녔습니다. 어째거나 컴퓨터를 일찍 시작했다는 것 때문에.... 

들어간 회사가 삼성전자 고객 A/S센터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삼송맨이였군요.. ㅎㅎㅎ)

당시 삼성컴퓨터는 삼보컴퓨터, 현대컴퓨터를 이어 3위였는데.... 찾아가는 고객 A/S라는 모토로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고객센터의 서비스를 높여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몇년째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삼성전자 고객센터를 늘려가고 있는 시점이였습니다.

이런 저런... 덕분에..... 취직을 하고.... 컴퓨터를 수리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머... 나름 재미 있었습니다. 지금은 컴퓨터 A/S에 대한 이슈가 많이 줄어 들었지만, 컴퓨터 A/S기사는 전망있는 전문기술직으로 인정 받고 있었으니... 철없던 저로써도 굉장히 자부심을 가져더랬습니다. 



어느날 센터 제 작업대로 전화가 들어왔었습니다.

부잣집 우아한 아주머니
출처 :
 http://photo.naver.com/view/2005010815500862323

A/S기사 강팀장 : 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삼성AS센터 OO지사 컴퓨터 담당 강학주사원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전화기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40대 정도의 아주머니 목소리였습니다. 
당시 컴퓨터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교양강좌로 컴퓨터를 배우시는 아주머니들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들도 속칭 얼리어뎁터가 되기 위해... 명품 아주머니가 되기 위해... 컴퓨터 용어 몇자는 알아야 하고 자판 몇번을 쳐 봤다(한매타자 연습이라도...) 해야지 계모임에서 위신이 섰으니..... 
일반 아주머니들이 아니라 나름 부잣집 아주머니들이 컴퓨터를 배우고 와서 집에서 연습해 본다고 컴퓨터를 켰다가 배운대로 작동이 안되면.. 겁을 먹고 센터에 전화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럴때면... A/S 수리가 아니라... 전원을 어떻게 켜시고... 명령어를 치시고.... (윈도우가 아직 대중화 이전이니...) 한매타자연습을 실행하시고..... 식의 전화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였습니다.

부잣집 아주머니 : 저기요... 기사님..... 
A/S기사 강팀장 : 네... 고객님.....
부잣집 아주머니 : 컴퓨터가 고장 났어요. 제가... 타자판(키보드)에 커피를 자판에 쏟고... 했는데요.....
A/S기사 강팀장 : 네... 고객님.... 일단 전원을 완전히 끄시구요.  키보드에 커피를 쏟았다면... 키보드만 교체하면 되십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부잣집 아주머니 : 그런데요..... 커피 받침대도 고장난것 같아요. 
A/S기사 강팀장 : 네? 커피 받침대요?
부잣집 아주머니 : 왜 있잖아요.... 버튼 누르면... 쑥하고 나오는 커피 받침대요.
A/S기사 강팀장 : 댁에 있는 컴퓨터에 붙어 있는 건가요? 

컴퓨터에..... 커피 받침대가 있단.... 아직까지 삼성에서 커피 받침대가 있는 컴퓨터를 판다는 소식을 못 들었기에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부잣집 아주머니 : 아이참.... 돈을 굉장히 많이 주고 최신형을 샀는데요. 다른 컴퓨터에 없는 커피 받침대.... 그게 고장난 것 같다구요.
A/S기사 강팀장 : 고객님.... ㅡ.ㅡ; 어디서 구매를 하셨나요? 
부잣집 아주머니 : 아니.... 당신네 회사... 매장에서 구매한 거예요... 커피 받침대... 말이예요... 커피 받침대.....
A/S기사 강팀장 : 그러면 고객님 컴퓨터 모델명(이름)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부잣집 아주머니 : 싱크OOO 예요.
A/S기사 강팀장 : (싱크OOO 제품에는 커피 받침대가 없는데.... 이상하다....) 고객님 그럼.. 제가 직접 방문하겠습니다. 키보드는 제가 가지고 가겠는데.... 비용이 들어갑니다. 직접 방문해서 고쳐 드리겠습니다.
부잣집 아주머니 : 네.... 아들이 오기전에 후딱 고쳐야 하는데... 얼른 와주세요.
A/S기사 강팀장 : 네.......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방문한.... 부잣집.... 아주머니의 친절하게 맞아 주셨고.. (안 그럼... 아들한테.. 혼나니.. ㅎㅎㅎ)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보곤 꿍야... 였습니다.

컴퓨터에 붙어 있던 커피 받침대는 아래로 부러져 있었고, 그 사건으로 커피가 엎질러져 자판이 이미 못 쓰게 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커피 받침대가 문제였습니다.

당시 386컴퓨터에서 486 고사양으로 변화하는 시점이였습니다. 그때 획기적으로 붙어 나온 것이 CD-ROM 이였습니다. 당시에는 CD-ROM을 탑재하면 고가의 사양이였고, CD ROM 자체도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비싼 고급 사양에만 있었습니다.

이 부잣집 아주머니는 교양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울때 그곳에는 CD-ROM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고 오직 자신집에 있는 고가 최신형 컴퓨터에만 붙어 있는 고급 사양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긴 컴퓨터 일을 하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배려로 커피 받침대가 붙어 있는 컴퓨터가 일반 컴퓨터에 비해 우아하고 멋져보이긴 합니다....ㅡ.ㅡ;

결국 자판 뿐만 아니라 고가의 CD-ROM까지 교체하고... CD-ROM의 사용법과 무엇하는 장치인지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CD-ROM을 넣는 부분은 약한 플라스틱이니 커피컵을 올려 놓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 돌아왔었습니다.

2007 - Day 90 - The Urban Legend of the Daff Computer User by Jonathan_W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A/S기사 생활은 나름 재미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뒤 컴퓨터를 위해 공부를 더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8개월의 직장생활을 접고 대학을 가기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전산과를 가게 되었고.....

지금까지 컴퓨터로 받을 얻어 먹게 되었습니다.

벌써 시간으로 치면 20년 가까이 될 정도로 시간이 후쩍 지나 버렸습니다. 

그동안 컴퓨터도 많이 발전했고, 지금은 펜티엄도 보기 힘들어 졌습니다. 성능도 좋아졌고, 프로그램도 굉장히 다양해 졌습니다. 
강팀장도 대학을 졸업하고 Unix C 프로그래머로, Web 프로그래머로 PM으로 지금은 서비스 전략 컨설팅으로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컴퓨터를 고치라고 하면?? 제 컴퓨터가 고장나면... A/S기사를 부르게 됩니다. 당시 경험으로 간단한 장치는 달기도하고 업그레이드도 하지만 컴퓨터 자체 A/S를 안한지가 오래되다 보니.... 왠지 자신 없게 느껴지고 굳이 내가 하지 않더라도 쉽게 수리가 가능하기에 직접 수리를 거의 안 합니다.

솔직히 까 먹은 것도 있습니다.  ^^



그런데 컴퓨터 A/S는 아직도 저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ㅡ.ㅡ;;  

make way for ducklings by shoothead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나이 많으신 친척들이 이렇게 물어보시곤 합니다. 

친척 : "주야... 니 뭐하면서 돈번다고?"
강팀장 : "네.... IT쪽 Web 서비스 컨설팅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친척 : "머???? 아이편이라고? 그게 뭔데?"
강팀장 : "(하하하....) 아... 쉽게 말하면... 컴퓨터 쪽입니다."
친척 : "아.... 컴퓨터..... 컴퓨터 돈 많이 번다더만... 좋네...."
강팀장 : "돈은 많이 못 벌어요. ^^ 하하하..."

시간이 지나..... 간혹 친척들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주야..... 우리 손주 컴퓨터가 계속 안된다더라...."
"주야..... 이번에는 이게 고장났다더라...."
"주야.... "   "주야....."

ㅡ.ㅡ;  이렇게 어르신들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을 하지 못하곤 하는데.... 시간이 몇년이 지나서야... 제가 컴퓨터 A/S기사가 아닌것을 아시고는 컴퓨터 고쳐 달라는 애기를 안하십니다.

이런 부탁을 친척뿐만 아닙니다.

심지어는 대학선배들(같은 과가 아닌 동아리, 모임 등등)도 저 보고 컴퓨터를 고쳐 달라고... 이것도 몇년이 지나서야 뜸해 졌습니다.


지금은.....  컴퓨터 A/S에 대한 부분은 뜸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강팀장님.... 제가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하는데요.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이런 것은 제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Web쪽에 일을 한다고 하니깐... 대부분이 Web이라면 홈페이지, 사이트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을.... 그런 분들은 친척들 같이 Web 쪽을 잘 모르시니... 그렇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This is me - I work on the web by Jordan Brock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런데 정작 문제는 Web 전문가라고 말하는 웹에이전시가 문제 입니다.

노출되어 있는 이력서에 PM 경력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에 간혹 이직에 대해서 전화가 옵니다. 그리곤... PM 이니깐... 말하면 기획 업무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PM을 뽑는데.... PM이 아니라 기획자로 스토리보드라는 화면설계서 PPT 작업과 클라이언트의 설득, 개발자, 디자이너 설득의 업무를 시키려는 회사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9/01/28 - [서비스 기획 이야기] - 기획자를 뽑습니까? PM을 뽑습니까?


이뿐만 아닙니다. 팀장으로써의 업무가 아니라 팀원으로써 업무를 담당하면서 팀장을 뽑는 회사도 많이 있습니다.

2005/03/24 - [30초 이야기] - 팀장은 기획자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가?


이런 오해와 편견은 회사 뿐만 아닙니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들 사이에도 팽배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2009/05/14 - [서비스 기획 이야기] - 개발 모르는 기획자 아이디어는 기발해? 무식해? 깐깐해?

2008/07/03 - [서비스 기획 이야기] - 기획자가 화면설계서(스토리보드)를 만든다구요? 기획자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2005/04/15 - [서비스 기획 이야기] - 웹기획의 영웅 딜레마 극복하기

2005/04/09 - [서비스 기획 이야기] - 웹기획자란? (기능자, 기술자, 기획자의 차이)


국내 Web 기술을 세계를 뛰어 넘을 정도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술을 적용하여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나, 그 속의 기술자들은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구하나가 고친다고 그동안에 깊숙히 배여 있는 이런 오해와 편견들이 한번에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변화할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콩을 재배하는 사람이 콩에 대한 모든 음식을 다 알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것 처럼....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발굴하지 못하고... 키우지 못한다면... 결국 세계 1위라는 위상은 언제간 무너질 모래위의 성이 될 것이 뻔합니다.



The artist by Geir Halvorse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전... Web쪽 일을 하면서 html 코딩도 다 잊어버렸고.... 프로그래머써 6년이 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이런것도 이러니.. 컴퓨터 A/S는 당연히.. ^^)
지금은 학교의 프로그램 짜는 간단한 레포트도 힘겹게 하고 있습니다. ^^

물론 지금하고 있는 일은 이전보다 더 전문적인 분야로 진출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재미있으며 보람도 느낍니다.


오늘도 누군가 저에게 애기합니다.

강팀장님........ 저희 집에 컴퓨터가 부팅이 안되는데요?
(끝 문구는 반전인데.... 안 웃긴가요? ^^ )





[편견타파 릴레이]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 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2. 다음 주자 3분께 바톤을 넘겨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 31일까지 입니다.


저때문에... 편견타파 릴레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ㅡ.ㅡ;;; 

주자를 보낼 3분의 블로거를 지정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ㅡ.ㅡ;  솔직히 제가 포스팅하는데.. 주말동안 생각을 엄청 했거든요.... 다른 분들도 부담(?)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음.... 수요일까지 릴레이 받으실분 정해서..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

혹시 제 바톤 받으실분 계심 말씀주세요~~~ 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