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에 가족들이 고향에 모여 저녁 늦게까지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어머니는 약방의 감초같은 고향 밤머리재 애기를 풀어 놓습니다.
"내는 어릴때 학교 다닐때는 시골에서 꼴(풀)베고, 소여물 매기고.... 다했다 아니가.
니 할매가... 어찌나 이것 저것 많이 시켰던지.... 우리때는 학교도 다니고 집안일도 다 해야 하고....
출처 : 비단장수 왕서방님 블로거 : http://blog.daum.net/11757/16268034
어릴때는 밤머리재(경남 산청에 있는 고개길 입니다.)를 넘었제.... 그게를 넘는 다고 얼마나 힘들었다고, 넘으면서 내는 커면 죽어도 울 애기들은 이 고개를 안 넘게 한다고 결심했제.....
지금이야 밤머리제가 길도나고... 사람들이야 많이 다녔지만... 그때는 호랑이도 나오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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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 삼촌이랑 내는 학교 갈려면.... 십리는 넘게 걸어 다녔어. 지금이야.... 차도 있고... 다 있지만, 동무들이랑 걸어다니며 애기도 하고.... 삐삐도 빼먹고... 힘들어도 재미는 있었는데 말이지...."
어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나마 전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구나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네 부모님들은 거의 대부분 십리 통학길을 꼭 나오게 되더군요.
저도 어릴때는 십리길은 아니지만 꽤 긴 거리(2km정도)를 통학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 가보면.... 멀진 않지만... 십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리정도는 됩니다. ^^ (샘마을 - 언남초등학교)
지금은 출퇴근 할려면.... 족히 70십리가 넘는 거리를 다니고 있습니다. (십리가 약 4km 집에서 회사까지는 약 30km 입니다. )
작년 12월 공기좋고 주말에 여유 있는 서울근교인 산본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곳 산본으로 이사온 이후 4호선 열차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60년이 넘은 이전에 어머니의 통학길에 비하면... 적어도 저 어릴때 오리와 비교한다면...
엄청나게 먼 거리지만... 지금은 4호선 전철로 편하게 이동을 하게 됩니다.
다행히 4호선은 1호선과 가깝게 있고, 환승역기 중간중간 많이 있어서 그런지 전철이 출퇴근시간에 그렇게 붐비지 않습니다. 이전에 타고 다니던 2호선, 5호선은 출퇴근시간에 김밥속에서 땀 뻘뻘 흘리던 것을 생각하면... 4호선은 정말 양반 중에 양반입니다. ^^
그게다 이전보다 보다 훨씬 좋아진 고객 서비스에.. ^0^
오늘 아침 출근시간 전철내 이야기 입니다.
지하철에 탄 옆자리 아주머니 두분이서 수다를 떱니다.
아줌마 1 : "오늘 참 덥겠어...."
아줌마 2 : "그러게.... 주말에는 그나마 선선하더만...."
아줌마 1 : "전철이 시원하네... "
어느정도 시간이 10분정도 전철이 움직이고 있을 쯤에.... 사람들이 몸을 떨기 시작 했습니다....
아줌마 1 : "여기 춥네..... 나만 그런가??"
아줌마 2 : "난 괜찮은데..... 조금 춥나??"
전철에 켜진 에어콘이 바람이 쐬긴 쎄더군요... 저도 팔에 닭살이 슬슬 올라오는 것 보니깐.... 20분정도 지났을까요? (거의 사당까지 도착했으니... 그정도 되었을 겁니다.) 저도 사실 춥다는 생각이....
아줌마 1 : "음...... 에어컨을 낮추면 좋겠구만...."
아줌마 2 : "그러게..... 춥다....."
저도 많이 추웠기에... 참 다 못해.... 전철 위에 붙어 있는 1577-1234 번호로 문자를 넣었습니다.
"여기... 4호선 4953 타고 있는 고객입니다. 에이컨이 너무 춥군요. 여기 고객님들이 추워하고 있습니다."
답변 문자가 바로 오더군요.
"[서울메트로] 빠른처리를 위해 현재 도착역과 가는 방향 확인 부탁 드립니다."
"사당에서 당고개 가고 있습니다. 이번역은 이수역이구요"
"[서울메트로] 해당부서로 요청하였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문자주고 받은지 1분 체 안되서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여기는 꿈의 열차 서울메트로 4호선 4953 열차를 운행하고 있는 OOO 입니다. 현재 고객님의 요청으로 에어컨을 50%로 출력을 낮추었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뒤.... 에어컨의 출력이 낮춰졌습니다. 한결 좋더군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아줌마 1 : "어라... 어떻게 된거야?"
아줌마 2 : "우리 애길 들은거야?"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웃으며 아주머니 대화를 엿듣던 저와 아주머니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아줌마 1 : "아저씨가 하신거예요?"
제가 꼭 서울메트로 간부가 되는듯 신기하게 처다 보시며 물어보십니다. ^^
아줌마 2 : "이야.... 대단하시다... 어떻게 하신거예요?"
강팀장 : "1577-1234 번으로 문자를 보내시면 됩니다. ^^ 그러면... 즉시 해 주시더군요. (지하철 문위에 있는 전화번호를 가르키며... ^^ 이전에 2~3번 사용해 본적이 있어 알고 있었습니다. ^^)
아줌마 2 : "세상 너무 좋아졌다...... 우린 왜 저걸 몰랐을까?"
아줌마 1 : "그러니깐.. 알고 봐야 하는거야.... 무식하면 안된다니깐...."
끝이... 꼭 바른생활 애기처럼 끝났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된건 사실이니깐... ^0^
저도 오래 살지 않은... 이제 3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 펄펄한 청년이지만.... 지난날을 생각하면 세상 참 좋아지긴 했습니다. (당장에 제가 밥을 먹고사는 IT만 하더라도 제가 노트북으로 일할 것이라 상상도 못하던 지난날과 달리 지금은 노트북이 필수품이 되어 버렸으니...)
아침에.... 출근길에 어머니의 10리길 통학애기가 갑자기 떠 올랐습니다. ^^ 그리고 제가 어릴때 오리길 통학하던 생각과 낮은 산이였지만... 산길을 따라 다니며.... 막대기 칼로 동무들과 칼싸움을 하며 다니던 길이 생각나더군요.
출근하자 마자 지난날 다니던 통학길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사진도 보고.... 20년 넘게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동네도 한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다니셨던 7배가 넘는 거리.... 70리길을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옛날 어머니께서 통학하시던 그 10리길이 있었기에 못난 아들은 편하게.... 행복한 출퇴근길을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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