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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독재정권 옹호하기 위한 홍보물도 추억이 되는건가요?

출처 : 레이님의 LEI 세상 : 대한민국의 50~60년대 (후) http://blog.naver.com/leigwon/100061067973


어릴때 어느날 어머니께서 미용을 배우신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시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가정 형편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머니께서는 배운 미용을 어디에 써 먹은 일도 없었습니다.
두형제의 머리를 손수 깍아주고 싶어 시작하신 건지 아니면 정말로 돈 벌이를 하시기 위해서 시작하신 건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적어도 당신께서는 미용을 배우고 난 뒤에도 우리 형제 머리외에 다른 사람 머리를 해 주는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비추어 돈을 벌기 위해 배우신건 아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어머니께서 미용을 배우실때 실습용 모델이 우리 형제들 뿐이라서 머리를 해 주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매미가 시끄럽게 울적이던 시골동네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마당 한 귀퉁에 있던 큰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놀던 저에게 어머니께서 유혹을 하셨습니다.

어머니 : 주야 (제 어릴때 어머니는 주야 하고 불렀습니다.)  엄마가 미용 기술하나 배워 왔는데… 해줄까? 엄청 이쁜기다~!

어린강팀장 : 네?~ 예~ (마침 머리도 어느 정도 자랐고 어머니께서 깍아 주시는 머리는 동네의 자랑거리였기에 저로썬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근데 어무이 이번에는 어떤 머린데요?

어머니 : 파마~ 이거 하믄 엄청 이쁘다 아이가.

어린강팀장 : 머라고예?~!  파마예?  싫어예. 내가 가스나입니꺼…. 그 머리는 나가면 동네아들한테 놀림 당합니더. (다른 머리는 몰라도 파마는 놀림감이 될 것이 뻔했습니다. 그래도 동네 애들한테 나름 골목대장 해오던 저였는데… 대장 체면에 파마라니…)

어머니 : 진짜 안 할끼가? 엄청 이쁜데…. 그라고 니가 어무이한테 파마하믄 읍내에서 하고 있는 영화 보여줄낀데….


영화!!! 그때 읍내에는 1년에 3번 (설날, 추석, 어린이날)만 상영하는 애니매이션 즉 만화영화를 여름방학 특별 상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극장을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간혹 극장에 가긴 하는데 외팔이고수 같은 중국무술 영화가 어린애가 볼 수 있었던 영화였던지라 만화영화는 상영하면 어떻게든 봐야 할 대상이였습니다. 

어머니의 만화영화 미끼는 정말 뿌리칠 수 없는 엄청난 유혹이였습니다.

어린강팀장 : 진짜예?~ 그래도…. 그래도……

강팀장형 : 주야….. 니는 얼굴이 잘생겨서 파마해도 잘 어울릴끼다. 그래서 골목대장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끼다. 걱정하지 말고 해 봐 이번 기회가 아니면 우리 언제 극장에서 만화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데….

옆에서 형이 은근히 꼬십니다…. 만화영화의 유혹과 골목대장을 하는데 지장 없을 거라던 형의 감언이설에 어린 강팀장은 버틸 힘이 없었습니다.

어린강팀장 : 알겠습니더…. 그럼… 어무이 아주메같이 하면 안돼예……

그렇게 어린강팀장은 파마를 했고, 파마 머리로 극장에 공룡 100만년 똘이를 보러갔습니다. (이후 저의 별명은 골목대장에서 미스터파마로 변했습니다... ㅡ.ㅜ)


어린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날이면 극장은 조용할 시간이 없습니다. 특히나 영화를 시작하기 전과 중간에 잠시 필름을 갈아 끼우기 위한 쉬는 시간은 영화속의 주인공을 흉내내며 무대를 뛰어다니기에 쉴 틈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는 중이야 영화에 집중을 해야 하기에 조용하겠지만....


그런데 그 시끄러웠던 애들이 어느 순간 조용해지고 합창을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를 시작하기전 국민의례와 대한늬우스가 하는 시간입니다. 

국민의례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어도 자리에서 모두들 일어나 애국가를 합창을 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어도 가슴에 손을 올리고 경건하고 엄중하면서도 애국자가 되겠다는 일념(?)에 타 오릅니다. 

국민의례가 끝날쯤에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하는지.... 우리나라 대통령이 얼마나 대단한지 특유의 목소리 어린 우리들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대한늬우스가 방영됩니다.

한편으로 국민의례와 대한늬우스가 약간 지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국민의례때 가슴에 손을 안 올리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으면 잡혀 갈것 같고.... 대한늬우스 할때 떠드면 맨뒤에 앉아 있는 경찰아저씨가 잡으러 올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우리동네에서 영화를 봤다는 어린 녀석들은 모이면 이 시간에 대해서 간혹 애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 만큼은 영화를 보는 우리 같은 행복한 어린이들이 극장에서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거니깐 마음을 다해 경건하게 해야 한다고... 만약 안하게 되면 잡혀 갈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자기들이 본 영화내용을 자랑도 열심히 합니다... 이것도 봤네... 저것도 봤네.. 이것이 재미있네... 저것이 재미있네....  이렇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영화에 대한 애기꺼리가 없어지게 되면 대한늬우스 애기로 다시 이어집니다.

"우와~~ 우리나라 대통령각하께서 미국 대통령과 동일하게 앉아서 애기를 하더란 말이지~!"
"우리나라가 엄청나게 발전하더라... 이러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다 부자 되는거 아냐~!!"
"우리는 정말 이 나라에 잘 태어난 것 같지?"
  (약간의 비화는 있습니다만.. ^^)

이렇게 애기는 이어지고 그날도 날지는줄 모르고 날이 영화를 보고난뒤  어린녀석들이 노는 모습이였습니다. 

 

강팀장 이상의 또래 분들이라면 어릴때 김청기 감독 영화를 봤던 추억의 극장 애기는 하나쯤 간직하고 추억으로 되새기고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그때의 분위기에.... 그런 재미의 영화를 다시 볼 수는 없지만, 간혹 TV에서 지난날 대한늬우스를 보여주면 그때를 떠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대한늬우스는 국민계몽과 미디어 매체가 없었던 시대의 정책 홍보를 위해 시작되었으나, 이후 독재정권을 찬양 및 옹호하는 등 편파적 여론 형성을 위해 이용되어 왔다는 비판이 많았던 매체 이기도 합니다. 



국민들에게 홍보를 할 수 있었던 매체가 많이 없었던 시절에 영화만큼 인기 있고 강력한 매체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매체에서 정권이 무조건 잘하고 있다는식 홍보물을 강제적으로 봐야 했던 그 시절이 한편으로 추억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 생각하면 순진한 국민에게 일괄된 세뇌교육을 하듯 일방적 정보만 흘려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짓거리(?)를 였다는 것에....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이고, 의무는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전.... 즐기기 위해서 만원이라는 돈을 내면서 보는 영화에 국가 홍보물이 아닌 현 정권의 정책을 맞다는 식의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보기 싫어도 일반적으로 보게 하는 형태는 거부합니다. 
혹... 현 정권의 정책을 반대하는 홍보물을 같이 보여 준다고 하더라도 영화자체를 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침해 당하는 것은 용납 할 수 없습니다.


추억이라는 것은 아픈 추억도 있겠지만, 지난날의 돌이켜 자신이 있게 만든 과정들이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려나오는 감정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독재정권에서 정권을 옹호하며 국민들에게 세뇌를 시켜 일방적 가치관을 형성시키려 했던 것들이.... 추억으로 미화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침해 받아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짓거리를 하는 정부나.... 이를 정부에서 내 놓는 말 그대로 "추억의 대한늬우스 부활" 이라고 옹호하고 나선 조중동 및 몇몇 언론의 모습은 부족한 제눈에는 참 한심한 짓거리로 보입니다. (돈이 무엇인지..... 소신을 버려야 하는 일부 개그맨들이나, 극장 상영관들이나..... 별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어릴때 추억속 영화관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안하면 잡혀간다는 괴담이 돌던 국민의례와 떠들면 잡혀간다던 대한늬우스 가 방영되는 부문입니다. 



물론 대한늬우스에는 유익한 내용도 많이 있습니만....  4대강 사업 홍보를 하기 위한 이번 대한늬우스 사건이나, 이전의 박대통령이 대학생 집회를 막기위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을 옹호하는 영상이나... 적어도 전 시대적인 촬영 기술과 개그맨을 출연시켰다는 것외에는 별 차이를 못 느끼는 것은 왜 인지.....

대한뉴스 제 471호 수도 서울에 계엄령 선포 (1964년) [동여상 보기]

수도 서울에 계엄령 선포 학생들의 과격한 시위, 무질서함에 정부의 계엄령 선포. -정부는 6월 3일 오후 8시 서울에 비상계엄령 선포, 신문보도. -계엄령 사령관에 민기식 대장을 임명, 신문보도. -데모, 시가지 점령, 기물파손, 방화. -학생들 시가지 점령,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의 격렬한 시위, 학생들과 군인들의 대치. -부상자들, 어지러워진 시가지 모습, 파괴된 건물. -군인들의 시가지 점령. -박정희 대통령, 민주적 발전을 위한 부득이한 선포였으며 국민들의 이해를 바란다는 말을 함.


다른 대한늬우스를 보고 싶으시면.. http://film.ktv.go.kr/  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2000회가 넘게 제작이 되었지만.... 실제로 올라와 있는 것은 몇편 안되는 군요.



덧붙임 말 :

노무현전대통령 시대때 FTA를 옹호하는 광고를 TV에 내 보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가장 많이 반대했던 사람들이 누군지 생각이 납니다.

한나라당 모의원은 독재정권때나 볼 수 있었던 추태가 현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목에 핏줄을 세우며 인터뷰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